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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사람들의 밤 · 시즌 1

제2장
살아 있는 사람의 유품

태오는 제복 남자를 벽으로 밀고 그의 주머니를 뒤졌다. 남자는 저항하다가 태오의 장갑을 보고 팔을 내렸다.

“그 검은 장갑, 아직도 끼고 계십니까?”

태오는 대답 대신 하윤에게 열쇠 꾸러미를 던졌다.

“세 번째. 뒤문.”

“몇 번째부터 세죠?”

“녹슨 것.”

전부 녹슬어 있었다. 하윤이 그를 노려보자 남자는 자기 허리에서 열쇠 하나를 빼내 건넸다. 뒤문을 여니 서점의 책 냄새 대신 빗물과 석탄 냄새가 들어왔다. 골목에는 사람이 없었다.

제복 남자는 도망가지 않았다.

“시계를 돌려받아야 합니다.”

“누구 겁니까?” 하윤이 물었다.

“제 겁니다.”

뚜껑 안쪽에는 이도진이라는 이름과 사망 일자가 있었다. 사흘 전이었다. 도진의 목에서는 숨소리가 났고 왼쪽 구두창은 비에 젖어 벌어져 있었다.

그는 구두 수선공이었다. 사흘 전에 기록청이 가게 문을 봉했다. 시민 명부에서 사라진 사람에게 건물 열쇠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날 밤 경비가 그에게 제복과 회항서점의 주소를 주었다. 여기 있는 여자를 확인하면 인장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딸이 집 안에 있습니다. 집주인이 문을 열어 주지 않습니다. 제가 들어가려 하면 부정 침입이라고 종이 울립니다.”

하윤은 열린 골목을 보았다. 지금 나가면 이 사람과 엮이지 않을 수 있었다. 내일이면 자기 이름도 이 남자의 이름처럼 문 앞에서 거절당할 터였다.

“딸 이름부터 말해 주세요.”

“수안입니다. 일곱 살입니다.”

하윤은 뒤문을 닫았다. 태오는 빗장까지만 걸고 문 앞에 섰다.

“한 번 읽는 데 소금유리 하나예요.” 하윤이 말했다.

도진은 빈 주머니를 뒤집었다.

태오가 서랍에 있던 세 조각 중 손톱만 한 푸른 조각 하나를 꺼냈다. 시계 뒤판 둘레에는 소리를 짧게 붙잡아 재생하는 녹음 고리가 끼워져 있었다. 하윤은 꼭지를 눌러 고리를 제자리에 걸고, 소금유리를 시계 뒤의 감정 홈에 댔다. 손가락이 방법을 기억했다. 그녀는 시계를 읽을 허락을 받았다.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계 꼭지를 눌렀다. 금속에 그의 체온이 남았다.

수리대가 보였다. 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은 아이가 구두에 못을 박으려 했다. 도진이 아이의 손을 감쌌다. 시계가 탁자에서 떨어지고, 그때 바늘에 홈 하나가 났다. 하윤의 손에도 망치를 쥔 무게가 얹혔다.

다음 장면에서 도진은 어두운 방에 앉아 있었다. 누군가 서류를 읽어 주었다. 자발적 기억 위탁. 과거의 사고로 인한 생활 곤란을 덜어 드립니다.

“나는 죽었다.”

시계 속 도진이 말했다. 소리가 평평했다. 하윤은 눈을 떴다. 코에서 피가 떨어져 시계줄에 묻었다. 태오가 손수건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소매로 닦았다.

“다시 읽으면 안 돼.”

“다시 안 읽어요.”

하윤은 시계를 귀에 댔다. 도진이 구두를 고칠 때에는 째깍거리는 소리가 문장 중간에 끼어 있었다. 죽었다고 말할 때에는 시계 소리도, 숨 쉬는 소리도 없었다. 기록청은 목소리를 오려 붙이면서 주변 소리를 지웠다.

그녀는 깨진 소금유리를 접시에 놓았다. 유리는 한 번 읽으면 빛을 잃었다. 태오의 서랍에는 두 조각만 남아 있었다.

“살아 계시네요.”

도진이 웃지도 못하고 하윤을 보았다.

“그건 압니다.”

“남에게 들려줄 수 있게요.”

하윤은 시계 뒤판에 잘린 구간의 위치를 표시하고 녹음 고리의 바늘을 그곳에 맞췄다. 이미 꺼내진 짧은 소리가 반복되었다. 고리의 바늘이 표시를 지날 때마다 소리가 갑자기 비었다. 마법 없이도 들을 수 있었다.

태오는 쪽지를 썼다. 도진과 아이의 이름, 골목 주소를 적고 둘을 데려오라는 말만 남겼다. 뒤문 틈으로 종이가 빠져나갔다. 자전거 종이 짧게 울렸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요?” 하윤이 물었다.

“비쌉니다.”

문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면서 한 번도 제때 안 내.”

창문에는 여전히 검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도진이 그쪽을 보자 얼룩 안에서 아이의 얼굴이 생겼다. 아버지, 나 좀 꺼내 줘.

도진이 달려들었다. 하윤은 그를 붙잡고 시계를 그의 귀에 눌렀다. 딸이 못을 거꾸로 쥐고 웃던 소리가 났다. 유리 속 아이의 입이 웃음과 어긋났다.

태오가 두꺼운 책으로 창문을 가렸다.

“노크스야.”

하윤은 손을 떨고 있는 도진을 의자에 앉혔다.

“저것도 기록청에서 일해요?”

“처음에는.”

태오가 자기 오른손의 장갑 끝을 잡았다가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