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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사람들의 밤 · 시즌 1

제3장
일곱 장 뒤의 사람들

오전의 등해는 젖은 석탄을 태웠다. 굴뚝 연기가 안개와 섞여 언덕 위 기록청을 가렸다. 하윤은 태오의 여벌 장갑을 끼고 기억시장에 들어갔다. 장갑 끝에 손가락이 남았다.

시장에서 기억은 잼처럼 병에 담겨 팔렸다. 첫눈을 본 순간, 헤어진 애인의 웃음, 아프지 않았던 어느 아침. 병목마다 원래 주인의 양도 인장이 붙었다. 어떤 병은 봉인도 없이 싸게 팔렸다. 상인이 하윤의 소매를 잡았다.

“잊고 싶은 일이 있습니까?”

“기억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요?”

“그건 비쌉니다.”

옆에서 태오가 물었다.

“여기서도 내 얘기했어?”

하윤은 그를 처음으로 보고 웃었다. 웃고 나서, 예전에도 이렇게 웃었을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기념관으로 나가는 길에서 둥근 안경을 쓴 상인이 도진의 시계를 알아보았다. 유건이라는 이름이 가격표 위에 적혀 있었다.

“그 녹음 고리, 수리하려면 값이 좀 나갑니다.”

“지금은 얼마인지 알아만 둘게요.”

상인은 도진에게 납품한 구두 못의 영수증 묶음도 있다고 했다. 하윤은 좌판 위치를 수첩에 적었다.

시장 끝에 홍수기념관이 있었다. 여덟 해 전 수문 붕괴에서 살아 돌아온 일곱 사람의 초상이 벽에 걸렸다. 가운데 초상에는 항무관 백도겸이 있었다. 그는 물에 들어가 사람들을 구한 공로로 지금의 기록청장이 되었다.

하윤의 수첩에는 그 벽의 그림과 물음표 스물두 개가 있었다.

수첩의 빈 곳은 지운 흔적이 없었다. 쓰다가 멈춘 곳이었다. 하윤은 그림 아래 종이를 만져 보았지만 더 읽지 않았다. 관람객이 된다는 것은 자기 피를 어디에 쓸지 고르는 일이기도 했다.

사다리 위에서 자전거 배달부가 명판을 닦고 있었다. 누런 목도리를 목에 두 번 감았고, 오른쪽 장갑만 새것이었다.

“아이 찾았어요?” 하윤이 물었다.

“미정빵집에 맡겼어요. 그 집 사다리를 빌렸더니 아이가 뒤 덧문을 열더군요. 미정 씨가 아래서 받았고요. 앞문은 아직 안 열려요. 아버지도 거기로 보냈어요. 아이가 덜 무섭게 해 달래서 제복은 벗겼고.”

“이름이?”

“모래. 요금은 이 사람 장부에.”

태오가 못 들은 척했다. 모래는 사다리에서 내려와 초상화 한 장을 비스듬히 밀었다. 벽과 액자 사이에서 금속이 울렸다.

“소금물이 찼던 자리가 저기까지예요. 그림 일곱 장을 거는 데 이렇게 두꺼운 벽이 필요했을까요?”

태오가 액자 아래 판자를 눌렀다. 하윤은 빛을 더 비추려 등잔을 들었다. 모래가 심지를 낮췄다.

“건판이에요. 빛을 오래 대면 상해요.”

벽 안에는 유리 사진 스물두 장이 층층이 들어 있었다. 하윤은 한 장을 꺼냈다. 어린 여자아이가 자기보다 큰 나무 상자를 붙들고 물 위에 떠 있었다. 얼굴 한쪽은 약품이 흐려 놓았지만 손목의 흉터는 남아 있었다. 그녀 뒤로 구두 수선공이 보였다. 도진이었다.

“일곱 명만 돌아온 게 아니었어요.”

하윤은 열쇠로 액자 뒷면을 긁었다. 오래된 도료 아래 숫자 29가 드러났다. 기념관은 살아 돌아온 스물아홉 사람 중 시민 인장을 가진 일곱만 전시했다. 나머지는 도착 기록조차 없었다.

건판 가장자리에서 보라색 빛이 일었다. 유리 속 아이의 얼굴이 고르게 맑아졌다. 흉터도 없어졌다. 예쁜 사진이 되어 가고 있었다.

“놓아요.” 모래가 말했다.

하윤은 더 잘 보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했다. 물 위 아이가 입을 열었다. 언니, 내 이름 알지?

모래가 건판 위를 천으로 덮었다. 하윤이 손을 거두자 검은 줄기가 손가락 사이에서 끊겼다. 손톱 밑에 잉크 같은 것이 남았다.

“기억을 읽은 거예요?”

“덧칠을 읽었어요.” 모래는 건판을 봉투에 넣었다. “이 사진 찍을 때 저 아이는 앞니가 하나 없었어요. 방금은 있었죠.”

경비가 먼저 관람객들을 남쪽 출입구로 내보냈다. 마지막 가족이 나간 뒤 호각이 울렸다. 서점 앞에서 도장을 찍던 경비가 전시실 반대편에 서 있었다. 전시장 문들이 철컥 닫히기 시작했다. 태오가 건판 상자를 들었다. 모래는 자기 손목에서 붕대를 당겨 열쇠 구멍에 쑤셔 넣었다. 종이 대신 얇은 철편이 나왔다.

“명판 닦는 일은 겸업이에요?” 하윤이 물었다.

“임금이 밀려서요.”

철문이 올라갔다. 그들은 상자를 안고 달렸다. 하윤은 마지막 계단에서 뒤를 보았다. 큰 초상 속 백도겸은 웃고 있었지만, 뒤에 숨겨져 있던 사진들의 자국은 네모나고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