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자전거에는 사람이 셋 탈 수 없었다. 태오는 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윤이 뒤 짐받이에 앉자 앞바퀴가 들렸다.
“협상할 때도 무게를 속여요?”
“대개 앉아서 하니까.”
모래는 자전거를 끌고 전차역으로 들어갔다. 안개 너머로 경비의 호각이 따라왔다. 그녀는 자전거를 역 보관대에 묶고, 여객 승강장과 난간으로 나뉜 적재대로 갔다. 그 끝에 놓인 수동 화물차의 덮개를 걷었다. 하윤의 수첩에 있는 항로가 그곳에서 시작했다.
“저 길은 작년 겨울에 막혔어요.” 모래가 말했다.
태오는 자기 시계를 보았다. 열한 시 오십 분. 정오에 두 번째 수문이 닫히기 전까지 십 분이었다. 그가 수첩을 펼쳐 갈림길을 짚었다.
“이 우회로는 남아 있어.”
“가 봤어요?”
“지난달에.”
“그 다리도 지난주에—”
태오는 이미 화물차에 상자를 실었다. 호각이 가까워지자 출발 손잡이를 밀었다. 하윤이 뛰어오르고 모래가 마지막으로 탔다. 경고를 끝낼 틈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가 듣지 않은 것이었다.
차는 골목 위 고가 선로를 달렸다. 생선 가게 천막, 빗물 통, 작은 예배당의 종탑이 아래로 지나갔다. 하윤은 사진 상자에 팔을 둘렀다. 모래가 두 사람에게 몸을 숙이라고 외쳤다.
눈앞의 선로가 물에서 끝났다.
태오가 제동기를 당겼다. 쇠바퀴가 비명을 냈다. 차는 끝에서 한 뼘을 남기고 멈췄고 하윤은 상자 위에 엎어졌다. 지난달 지도에 있던 다리 대신 철거용 부표가 흔들렸다.
모래가 제동기에 발을 대고 버텼다.
“지난주에 뜯었어요.”
태오의 입이 움직였다. 모래가 먼저 말했다.
“사과는 내려가서 해요. 무거워요.”
경비 둘이 승강장 쪽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전등 빛이 화물차에 닿자 태오의 오른손이 장갑 아래에서 빛났다. 그가 장갑을 벗고 선로 옆 점검함을 눌렀다. 함의 뚜껑이 열렸다.
기록청의 검은 인장이 손등을 덮고 있었다. 일곱 갈래 선이 손목을 감았다.
하윤이 인장을 보았다. 태오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중에 다 말할게.”
“그걸 믿을 근거가 지금 하나 줄었어요.”
함 안의 철사 밧줄이 아래로 풀렸다. 태오가 먼저 내려가며 안전 고리를 살폈다. 모래는 상자를 밧줄에 묶었다. 모래가 먼저 내려와 상자를 옮기다가 젖은 턱에서 오른발을 접질렀다. 마지막으로 내려오던 하윤의 발이 계단에서 두 뼘쯤 남았을 때 고정 핀이 부러졌다. 태오가 그녀를 받느라 돌계단에 오른쪽 어깨를 부딪쳤다. 물이 무릎까지 올라와 있었다.
계단 끝 철문은 모래를 앞에 두자 붉게 빛났다. 등록되지 않은 통행자.
태오가 인장을 댔지만 문은 그 한 사람에게만 통과를 허락했다. 모래는 욕을 하고 옆으로 갈라진 높은 배수관 앞에 엎드렸다. 사진 상자를 먼저 밀었다. 열여덟 미터쯤 되는 좁은 통로에서 몸을 돌릴 수는 없었다. 하윤은 따라 무릎을 꿇었다. 태오도 코트를 벗었다. 통행권을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이 같은 냄새 나는 구멍을 기어갔다.
골목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열한 시 오십구 분이었다. 뒤에서 수문을 닫는 예비 종이 울렸다. 태오는 왼손으로 코트를 짰다.
“내가 틀렸어.”
모래가 젖은 바지 밑단을 걷었다. 오른쪽 발목이 부어 있었다.
“내일부터 제 말도 길로 쳐 줘요.”
하윤은 수첩의 다리 위에 줄을 그었다. 그 아래에 모래가 알려 준 골목을 적었다. 태오는 고치던 그녀의 손을 보고 있다가, 자기 인장을 외투 속에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