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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사람들의 밤 · 시즌 1

제6장
문을 잠그지 않는 밤

저녁 여섯 시 무렵, 서점에 도착했을 때 수프가 끓고 있었다. 도진이 자기 집 대신 서점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딸 수안은 발이 닿지 않는 의자에 앉아 책을 거꾸로 읽었다.

“제 집은 못 여는데 남의 집 부엌은 잘 열리더군요.” 도진이 말했다.

모래가 계산서 밑에서 숟가락을 꺼냈다. 태오가 책을 먹는 데 쓰지 말라고 하자, 수안은 자기는 아직 안 먹었다고 대답했다. 태오는 누가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설명할 힘을 잃고 그릇을 들었다.

하윤은 웃지 않았다. 창가에서 수첩의 표지를 살폈다. 천과 종이 사이에 얇은 은판이 들어 있었다. 가운데에는 기록청 인장, 가장자리에는 서로 다른 손글씨가 원을 이루었다. 수백 사람의 위탁 인장을 잇는 최초의 판이었다.

안쪽 종이에 문장이 있었다.

사흘 전 날짜 옆에 ‘백염항. 정기선 새벽물길. 출항표 알아볼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밑으로 글씨가 이어졌다.

내일의 내가 이걸 읽는다면, 권태오의 말을 전부 믿지는 말 것. 그가 보지 못한 것도 있다. 그러나 열쇠는 세 번째가 맞다. 작고 이빨이 하나 부러진 것.

하윤은 웃음이 나오려다 목이 막혔다. 예전의 자신이 지금보다 상세하게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자기 안에 없었다.

태오는 빈 그릇을 주방에 가져다 놓고 문 옆 의자에 앉았다. 하윤 쪽으로 오지 않았다. 모래가 누런 목도리를 벗자 목에 철사 자국 같은 흉터가 보였다. 도진은 그것을 보고도 묻지 않고 수프를 더 주었다.

하윤은 은판을 숨긴 표지를 덮었다.

“저를 여기 가둬 놓으려고 할 건가요?”

“아니.” 태오가 말했다.

“제가 나가면요?”

“문은 열어 둘게.”

하윤은 현관까지 걸어 빗장을 뺐다. 바깥의 바닷바람이 수프 냄새를 밀었다. 따라오는 발소리는 없었다. 그녀는 부두 난간에 서서 돌아가는 배를 보았다. 작은 배 한 척의 옆구리에 회항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태오가 문간에서 말했다.

“팔려고 내놓았어.”

“왜요?”

“이번 달 기름값도 못 냈거든.”

“기억을 읽는 유리가 두 개 남았죠.”

“아침에 하나를 썼고, 두 조각 그대로 남았어.”

하윤은 남은 두 번의 읽기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지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알아야 할 것만 늘었다. 태오는 옆에 서지 않고 문턱에 앉았다.

“그 배를 타고 나가고 싶었어. 한때는.”

“지금은요?”

“안에서 누가 책을 냄비 받침으로 쓸지 봐야 해서.”

하윤이 돌아보자 수안이 책을 들어 결백을 주장했다. 모래가 그 책 밑에 냄비를 내려놓았다.

그날 하윤은 다락에 있는 자기 침대에서 잤다. 자기가 썼다는 이유로 친숙한 침대가 되지는 않았다. 아래층에서는 태오가 의자를 문에서 한 걸음 떨어뜨리는 소리가 났다.

잠들기 전 그녀는 수첩에 자기 글씨를 보탰다.

나는 이 집의 수프를 먹었다. 그가 빚진 것이 무엇인지 내일 듣는다.

꿈에는 빵을 숨기는 여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름 없는 계단에서 손을 뻗는 여자가 나왔다. 그 손을 태오가 붙잡았고, 검은 인장이 손등에서 번졌다.

하윤은 자기 비명에 눈을 떴다. 아래층의 전구도 같은 순간 깜빡였다.